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나마도 사흘짜리 추석연휴에 묻혀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이 지나가버린 노인의 날. 우리사회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노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노인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것일까. 노인들의 심리세계를 알아보고 어르신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진짜 효도인지 알아보자.
예전부터 나이든 분들을 노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
*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사건은 우리들이 평소 노인 계층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여과 없이 노출되자 사회의 노인 무시에 대해 불만에 쌓여 있던 노인들이 폭발하면서 크게 불거졌다.
사실 ‘어르신’이란 호칭은 그 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경로효친 사상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을 권장했지만, 정동영 의장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굳이 호칭부터 바꾸어야 할 만큼 경로효친 사상이 진작에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노인의 특성
노인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60세 혹은 65세 이상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능력과 적응력이 떨어져서 생활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말한다. 우선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살펴보자.
노인의 신체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약화되며, 젊은 사람에 비해 장기간의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 외형적으로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어나고, 허리가 굽어지며 전체적인 신체기능이 쇠퇴한다. 이에 따라 인내력 감퇴, 활동성 감퇴와 기력 부족, 청결 부족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신경계, 혈액순환계, 소화계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 암,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심장병,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으며 뚜렷한 병명이 없는 노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 흰머리와 주름살, 굽은 허리 등으로 대표되는 노인의 외형적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특성을 보자. 노인이 되면 특히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저하된다. 이에 따라 건강이나 경제적인 불안정에 대한 걱정, 생활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안, 시기심과 질투심의 증가, 활동성이나 흥미의 감소, 보수성이나 고집 또는 탐욕의 증대와 같은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퇴직으로 수입의 단절이나 가정에서의 역할 축소, 고독과 소외감의 증가,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 상호작용의 부족,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상실감으로 만성적인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은 사회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노인들은 거의 대부분 몸담았던 직장이나 조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인 지위나 권위가 점차 하락한다. 이로 인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활동성이 위축되어서 사회적인 고립감을 겪게 된다.
자녀 중심의 핵가족화는 세대 사이의 갈등과 소외를 낳는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변화 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증가하고 인터넷 같은 첨단기술이 대중화하면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가 점차 심각해진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맞벌이 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사회적 지리적 이동은 부모와의 별거 및 부모 부양과 관련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치열한 후기산업사회에서 경제적 약자인 노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노인들은 외롭다
* 탑골공원에서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파고다공원’에서 이름을 바꿨지만, ‘탑골공원’은 여전히 소외되고 불쌍한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시절 자살자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고달프다 보니 오히려 자살자가 줄어든 것이다. 노인복지가 제일 잘 되어 있다는 북유럽 국가들의 노인자살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것을 보면 발달된 사회에서 노인들이 느끼는 고독과 소외, 무기력감 등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 2000년도에 65세 이상 노인자살율이 전체자살율의 12.7%를 차지했으며,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노인계층의 빈곤 문제가 제일 심각했지만, 급격하게 고령화 되어가는 우리나라도 이제 노인들의 고독과 소외가 큰 사회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노인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노인들이 원하는 것은 가족과 주변의 관심과 자신이 아직 쓸모가 있다는 인정이다. 퇴직하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후 경제력이 떨어지게 되자 자연스럽게 가족 대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뒷방 늙은이 취급 받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한다.
주변에서 친지가 퇴직한 이후 급격하게 늙거나 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를 한번쯤은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젠 내가 쓸모가 없어졌다는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서 생긴 결과들이다.
* 공원의 양지바른 곳에 모여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들. 노인들에게는 물질적 지원보다 따뜻한 관심이 더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이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해의 차이를 확대시켰다. 부모는 점차 자녀들의 행동양식이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자녀들의 문제 해결에 적절한 조언자의 역할도 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모님께 효도하려면 절대 가족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장성한 자식들은 주택이나 직장, 자녀 진학 문제 등 중요한 모든 결정을 끝낸 다음에 ‘이렇게 결정했습니다’하고 알려드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예 알려드리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가급적 사후통보의 형식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의사결정은 자식들이 하더라도 다 끝난 다음에 통보할 것이 아니라 미리 자문을 구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 우리사회의 핵가족화는 4대가 함께 사는 것이 뉴스거리가 될 만큼 발전했지만, 이에 따라 노인들의 소외라는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
일년에 한번씩 효도 관광 보내드리는 것보다 자식들의 사업이나 진학 등 중요한 일마다 의사결정 과정에 반드시 참여하고 또 자신이 자식들의 결정에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을 드려야 한다. 자신이 아직 중요하고 쓸모 있는 존재라는 느낌이야말로 노인에게 자신감과 활력을 준다.
이제는 효자 효부가 되려면 부모님께 일을 많이 드려야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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