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은 인간이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보다 손해를 본 사람이 훨씬 많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다.
로또를 사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0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벼락에 몇 번이나 맞고도 살아날 확률보다 낮은 가능성을 바라고 주말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 추첨 시간을 기다린다. 최근에는 모 인기 개그맨이 마카오 불법도박장에서 바카라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현재 출연중인 <개그콘서트>와 <희희낙락>에서 하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람들은 도대체 왜 도박에 빠져드는 것일까?
도박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두 가지 이야기
“돈을 따면 재미있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잃으면 본전을 만회하기 위해서 계속한다.”
단도박 (斷賭博; 도박을 끊는 것) 모임에서 도박중독자들에게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제일 많이 나오는 답변이란다. 결국 도박은 지긋지긋한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끝없이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더 이상 노름 밑천을 구할 수 없을 때까지.
한가지 더. 라스베가스에 관광을 가면 가이드들이 꼭 내는 퀴즈.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답은 안 하는 거란다. 일반적으로 카지노는 고객이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을 49%로 설계한다. 그러나 이는 베팅을 한번만 할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고, 베팅이 계속되면 결국 돈을 잃게 된다. 그래서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예 도박을 안 하는 것이라고.
*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행운을 꿈꾸곤 한다.
사람들을 도박판으로 몰아넣는 그럴듯한 핑계거리들
* 도박은 우연과 불합리성의 게임이며, 요행수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와 성공이 머리 좋고 착실한 순으로 주어진다면 도박에 탐닉하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도박의 포인트는 우연과 불합리성이다. 이론적으로 도박판에서 돈을 거는 순간만큼은 참가자들에게 100% 평등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도박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시험이 아니다. 도박은 참가자 모두 요행수를 바라는 게임이기 때문에 도박을 하는 순간만큼은 도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공평해진다.
* 세상살이의 불가측성은 점점 더 심화된다
금융감독원의 분석 결과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세계 100대기업의 생존율은 45%에 불과했다. 이를 다시 40년 기준으로 환산하자 생존 가능성이 4%로 나왔다.
* 세계 100대 기업들의 생존확률이 도박보다 더 낮다는
사실이야말로 무한경쟁시대의 아이러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시장을 분석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세계적 대기업의 생존확률이 4%에 불과할 바에야 별볼일 없는 개인으로서는 운에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팍팍한 현실이 도박을 부추기는 것이다.
* 사행산업은 계속 확대된다
가정을 꾸리는 데도 돈이 드는데, 나라를 꾸려가는 데는 오죽이나 돈이 많이 필요할까? 기본적인 예산은 세금으로 조달하지만, 국민들을 다양하고 특별하게 위하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하다. 그 결과 로또, 경마, 경정, 경륜 등 정부는 사행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합법적인 도박판을 벌이게 된다.
* 지방자치단체 수입의 상당부분이 로또, 경마, 경정, 경륜 등의 사행사업으로 채워진다.
결국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다시 없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부자들은 결코 로또를 사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 모든 사람에게 자기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통계 숫자 속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2003년 우리나라의 음주 교통사고는 31,200건이었고, 사망자는 1,100명, 부상자는 55,200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자신이 음주사고를 당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결코 자신만은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음주운전을 하듯이, 도박판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 키스해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판돈을 건다.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고는 계속 늘어난다.
* 현대인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다
복잡한 세상사에 찌든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 피곤하며, 도박은 현실도피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어찌 보면 인생은 도박의 연속이며, 오히려 도박장에서 벌어지는 도박이 훨씬 단순하고 쉬울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도박중독은 인생의 도박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 인간은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열지 말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 갇혀 있던 온갖 재앙을 밖으로 꺼내놓는 것이 인간이다. 서양에는 지나친 호기심을 경계하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Curiosity killed the cat)”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종종 재앙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 돈을 따면 재미도 있고 자신감이 생긴다
도박도 계속 하다 보면 기술도 생기도 눈치도 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돈을 따기도 한다. 이러한 숙달과 조그만 성취는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동시에 더 큰 도전을 부추기게 된다.
* 도박중독자들은 돈을 딴 순간의 짜릿함을 절대 잊지 못한다.
도박을 하는 진짜 이유는 짜릿한 흥분과 스릴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더릭 스키너의 실험에 따르면 동물이나 인간은 확실한 조건보다는 불확실성이 있는 조건에서 더 열심히 움직인다고 한다. 사람은 안정된 생활을 원하지만, 확실성이 늘어나면 곧 지루함을 느끼고 다시 불확실성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 대가가 아무리 크고 혹독하더라도 스릴에 중독된 사람을 막을 방법은 없다. 임상 심리학자들은 도박중독을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본다. 도박판에서는 언제든지 큰 돈을 잃을 수도 있고, 그만큼 딸 수도 있다는 사실이 짜릿한 긴장감을 제공하는데 도박중독자들은 바로 그 긴장감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제일 큰 이유는 돈을 잃고 따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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