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D, 어린이날, 무두일 (無頭節), 광복절...
위에 나열한 단어들의 공통점은? 짐작했겠지만 상사가 교육이나 업무 출장 때문에 자리를 비운 날을 뜻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윗사람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유로운 날은 매우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외출했을 때 친구들과 모여서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한 두개씩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부하 직원들을 달달 볶다가도 회식 때 자신은 1차에만 참석하고 2차는 맘껏 놀라면서 법인카드 건내주고 들어가는 상사가 인기가 높은 법이다.
그런데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간 부모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엄마는 별일없는지 수시로 전화로 확인하고, 아빠는 어련히 알아서 할까 그냥 놔두라고 말린다. 그러다 결국은
“당신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너무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아이들을 갓난아기 취급할 것이냐”
“그건 핑계고 당신은 그냥 가족에게 신경쓰기 귀찮은 것 아니냐”
“나도 당신 잔소리가 지겨운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냐”는
지극히 정형화된 순서로 부부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팀장, 오랫만에 외부교육을 들어가다
관리자가 꽤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경우는 주로 외부교육 받을 때다. 자리를 비운 동안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나름대로 꼼꼼하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왔건만 괜히 신경이 쓰인다. 연수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별일 없는지 확인하고, 휴식시간마다 전화하거나 메일을 확인한다.
* 별 일도 없건만 외부교육을 들어간 팀장들은 휴식시간마다 사무실로 전화를 해댄다.
이런 조바심과 바지런함은 팀장 경력에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경험이 풍부한 고참 팀장들은 자꾸 전화해봐야 팀장이 우리를 못 믿나 하는 불안감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다 안다. 첫 날 쉬는 시간마다 전화하던 팀장도 이틀만 지나면 아침 저녁으로 확인전화만 하게 된다. 교육장의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회사에 대해 점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팀은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이다. 평소와 달리 아침부터 왁자지껄하고 웃음소리도 크다.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눈초리가 없다는 사실은 이렇게 사람의 긴장을 풀게 만든다. 퇴근 후 직원들끼리 맘 편하게 한잔 기울이는 자리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잠시 들떴던 분위기도 며칠만 지나면 원래 팀장이 없었던 것처럼 금새 익숙해진다.
팀장, 외부교육에서 돌아와 확인작업에 들어가다
2주가 금새 지나고 팀장이 교육을 마치고 복귀했다. 월요일 아침, 그 동안 너무 그리웠다는 둥 교육이 얼마나 좋았으면 얼굴이 훤해지셨다는 둥 마음에 없는 인사치레가 끝난 다음 시작된 월요 미팅. 팀장이 없는 동안 편안하게 웃고 떠들던 분위기는 간데 없고 볼펜 떨어질까 불안할 정도로 조용한 가운데 만면에 미소를 띈 팀장의 목소리가 유독 활기차다. 마치 왕의 귀환처럼.
오랫만에 몇개의 미팅을 소화한 팀장은 점심 식사 후 동료 팀장들과 티 타임을 가지면서 “내가 없는 동안 옆에서 보기에 우리팀 별 문제 없었는지” 확인 절차를 시작한다. 팀장이 없으니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 잘하더라는 농담 섞인 답변에 폭소가 터지고 나서 평소보다 아침에 좀 어수선하더라, 점심 시간이 길어지더라, 자리를 비우는 직원들이 좀 많더라는 등 몇가지 지적이 반드시 나온다.
* 조직에서 개인의 이미지는 대부분 자신이 잘 모르는 동안 비공식적으로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팀장이 없을 때 너네 부서 이렇더라 저렇더라 뒷담화하는 티 타임에서 당신 이름이 절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설마 팀장들끼리 티 타임에서 구체적으로 다른 팀 직원 이름까지 거론할까 싶겠지만 100% 나오게 되어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던 동료 팀장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성의 표시는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이름이 윗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당신의 평판은 상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처신이 다른 인간으로 굳어진다. 자기도 모르는 새 상사가 지켜보지 않으면 딴짓하는 한심한 직원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직장에서 이미지 메이킹은 대부분 내가 없는 자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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