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19일까지 950만명을 돌파했으며, 23일께는 외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단다. 한국관객들은 원래 SF영화를 별로 안좋아 한다고 느긋하게 지켜보던 영화관계자들이 난리가 났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국산영화 가운데 <전우치>를 빼고는 모조리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아바타>의 열기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도 죄다 스크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월 14일, 문화부 (정식명칭은 ‘문화체육관광부’라는데 이름이 너무 길어서 항상 헷갈린다)가 총 2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CG산업 육성계획’을 발빠르게 발표했다. 2013년까지 우리나라를 아시아 최대의 CG제작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뉴스를 보면서 묘한 데자뷰가 느껴졌다.
아바타 열풍, 이거 언제 봤던 건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1993년 여름과 정확하게 오버랩된다. 그해 여름방학을 맞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이 던져준 시각적 쇼크는 엄청났다. 컴퓨터로 만들어냈다는 거대한 공룡이 당장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생생했고, 처음 경험한 생생한 CG에 놀란 관객들이 이렇게 무서운 영화에 초등학생 관람가 등급을 줬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쥬라기공원>은 영화에서 CG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서 성공한 최초의 작품이었다.
당장 <쥬라기공원>의 한 해 흥행수익이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이 꼬박 1년 동안 수출하는 150만대와 맞먹는다고 나라가 떠들썩했다. 애니메이션과 CG야말로 미래의 앨도라도라고 난리가 났다. 제조업 다 때려치우고 온나라가 모조리 컴퓨터그래픽만 할 것처럼 법석을 떨면서 정부 차원에서 투자도 꽤 많이 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내가 과문해서인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나온 작품은 <디워> 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아바타와 꼭같이 닮은 아이폰 쇼크와 대응방식
영화 <아바타> 열풍은 애플 아이폰 출시와 시기적으로 맞물렸다. 아이폰의 폭발력에 한국소비자들은 복잡한 스마트폰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아이폰의 위력을 애써 폄훼하던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제조업체들은 크게 당황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가용한 언론을 총동원해서 아이폰 흠집내기에 나섰고, 이에 격분한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일제히 “아이폰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그 다음으로 국내업체들이 내놓은 대책은 아이폰보다 스펙이 휠씬 뛰어난 제품을 내놓는 것. SK텔레콤이 모토로라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내놨다. 삼성전자도 LG전자도 앞다투어 엄청난 스펙의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아이폰 광풍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절대 봉인을 풀 것 같지 않던 무선랜은 아무런 문제 없었던 것처럼 되어 버렸다. 2010년은 가히 스마트폰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할 듯하다.
* 최강 스펙의 위용을 과시하는 모토롤라의 야심작 <모토로이>.
문제는 컨텐트야!
영화 <아바타>를 칭찬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화가 보여주는 생태주의적 세계관, 그리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의식 등을 거론한다. 한마디로 정교하고 트렌디하게 만든 시나리오에 최첨단 CG기술이 더해져서 제대로 된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1993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문화부의 CG산업 육성계획에는 컨텐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삼성과 LG가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발표할 때마다 인터페이스는 둘째 치더라도 메뉴에 오자나 잘못된 표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의견이 줄을 잇는다. 결국 문제는 컨텐트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마켓플레이스건만 우리나라 정부나 대기업의 대책은 한결같이 1980년대 대량생산경제 시대 테일러 (Taylor)의 품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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