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담당자들에게 고민만 안겨주는 블로거들
2009년을 마감하면서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아이폰이었다. 오래전부터 계속 다음달에 줄시된다고 해서 일명 ‘담달폰’으로 불리던 아이폰이 지난 11월 28일 KT를 통해 전격 출시되자 그 파장이 엄청났다. 삼성전자와 SK가 즉각 진화에 나섰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자 IT 블로거들이 나섰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기사화한 아이폰과 옵니아2의 스펙 비교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한 글을 써 올렸고, 이런 글들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퍼져나갔다. 그 결과 아이폰을 비판하거나 옴니아2에 호의적인 기사마다 독자들의 비난 댓글이 홍수를 이뤘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10월 도요타 캠리가 출시되었을 때도 똑같았다. 캠리를 비판하는 기사에는 네티즌들이 비아냥대는 댓글을 달았고, 자동차 커뮤니티마다 현대자동차를 옹호하는 글에 동조하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그래서 나는 캠리”라는 문장을 붙이는 댓글놀이가 유행했다. ‘댓글알바’들이 기를 써봐야 여론의 물꼬를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때도 언론의 캠리 비판 기사에 쌍심지를 켜고 나선 것은 자동차 전문 블로거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블로그의 시대는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끝나는가?
블로그가 웹 2.0 시대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한지도 6년이 지났다. 신문 방송에서 블로그의 인기와 위력을 시시때대로 전하면서 억대 소득을 올린다는 주부 블로거 (‘와이프로거’라고 부른다)도 나오고, 파워 블로거에게 잘못 걸려서 강남에 개업한지 일년도 안되어 문을 닫은 고급 레스토랑 이야기도 뉴스를 탔다. 10년 전 인터넷이 급격하게 부상할 때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홍보전문가들이 이번에는 막차를 타지 않겠노라고 잔뜩 신경을 곧추세웠건만 블로그를 통한 홍보 성공사례는 거의 나오질 않는다.
한동안 난공불락일 것만 같던 싸이월드는 퇴조의 기미가 역력하고, 요즘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박용성 회장도 트위터를 애용한다. 외신에서 2010년은 와이파이를 통한 마이크로 블로깅이 대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성급하게 블로그 퇴장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홍보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 치더라도 디지털 진영의 중심축이 너무 숨가쁘게 이동한다. 얼리어답터로 앞장서자니 위험부담이 크고, 팔짱끼고 구경만 하자니 트렌드에 뒤쳐질까 불안하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컨텐트였다
인터넷이 호황이던 시절, 모 무료 게시판 업체가 엄청난 투자를 받고 출범한 적이 있었다. 서비스 내용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게시판을 만들면 관심있는 네티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내용을 채워넣는 식이었다. 당시에는 독자들끼리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달아주던 인터넷 한겨레의 새로운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잘나가던 ‘엠파스’가 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인수해서 자신들의 대표 서비스로 내세웠다.
2001년 사용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고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출범했다. 세계적으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DVD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와 엔카르타는 설자리를 잃었다. 2002년 10월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8년부터 위키피디아에 올라오는 글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지식iN’의 국내 경쟁 서비스들은 다 망했다. ‘지식iN’ 경쟁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참여하기 쉽게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제공했지만, 네이버는 컨텐트를 직접 채워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컨텐트는 대부분 인터넷 마케팅 알바들이 채워넣고 있다.
대한민국 블로고스피어의 봄날은 지금에야 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블로그는 돈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는 월 1억 이상 버는 파워 블로거도 꽤 있다지만, 인터넷 사용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한민국에서는 월 100만원 이상 버는 전업 블로거도 많지 않다. 게다가 광고를 제외하면 수익모델도 거의 없다. 각종 신문 잡지뿐만 아니라 단행본 저자들도 개인 블로그의 글을 무단으로 베껴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한민국 블로그 시장의 최강자 네이버 블로그가 성공한 이유는 다른 사이트나 블로그의 게시물을 그대로 퍼와서 붙일 수 있는 기능이었고, 이는 ‘퍼뮤니케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장 흔한 댓글은 “퍼갈게요”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로 네티즌들의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요즘은 남의 글을 긁어다 자신의 블로그를 꾸미는 ‘펌킨족’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0년은 대한민국 인터넷 생태계에서 블로그가 제 자리를 잡는 원년이 될 것이다. 기존 4대매체뿐 아니라 포털이나 웹사이트를 통한 광고나 마케팅의 효용성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간지 기사보다 파워 블로거의 글이 신뢰도가 더 높은 인터넷의 현실을 보라. 꼭 파워 블로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네티즌들은 꾸준하게 활동하는 블로거의 글을 언론 기사나 보도보다 더 신뢰한다.
아이폰을 계기로 더욱 발달할 트위터나 미투데이같은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는 개인적 사회적 관계를 씨줄과 날줄로 더욱 촘촘하게 엮어주는 네트워크 서비스, 그러니까 메신저의 유무선 복합버전이다. 결국 메신저보다 더욱 촘촘해진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는 블로그 컨텐트의 재생산과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 이 글은 <Communication Network> 2010.01. vol.191에 게재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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