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희망자는 넘쳐나는데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딱한 현실
주초에 오랫 동안 알고 지냈던 모 IT단체 팀장과 안부통화를 하다가 새해 들어 신입사원을 몇명 뽑아야 하는데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가 나왔다. 요즘 취직하기가 워낙 힘든데다 단체에서 일하다가 대기업에 스카웃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지원자는 넘쳐나는데 쓸만한 사람이 정말 없단다. 거기에다 이런저런 연줄로 들어오는 청탁 때문에 사람 몇명 뽑고 나면 골병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고급인력이 많이 지원하는데 쓸만한 사람이 없다니? 우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천편일률이란다. 어떤 대학 무슨 대학원을 졸업했고, 어디어디 동아리 활동을 했고, 무슨무슨 자격증을 몇개 가지고 있고, 외국 어디에서 해외연수를 1년 했고, 어디에서 봉사활동을 얼마 동안 했고…..
*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는 일반적인 ‘스펙’으로 채워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는 절대 채용의
문을 통과할 수 없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는 하나같이 자신의 스펙만 쭉 나열해 놓았는데, 결론적으로 내게는 어떤 분야의 공부나 일이 제일 좋은지 또 무슨 일이 제일 자신있는지 등의 내용이 거의 없단다. 그래도 그 가운데 쓸만한 사람들을 추려서 면접을 보면 또 뻔한 답변들. 하나같이 “전부터 귀사를 동경해왔고 그저 뽑아만 주신다면 이 한몸 부서질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모범답안만 늘어놓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채용이 확정되고 나면 탈락자 가운데 몇몇은 반드시 자기같이 우수한 스펙의 소유자가 왜 떨어졌는지 채용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따진단다. 은연중에 채용과정이 불공정했던 것은 아니냐는 늬앙스까지 풍기면서.
‘스펙’의 효용가치는 딱 서류전형까지
한편으로는 재미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얘긴데,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시간 많이 깨먹고 돈 들여가면서 심층면접을 보는 이유는 우리회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으려는 목적 때문이다. 입사자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스펙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면 서류전형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요즘 보도에 지나치게 자주 나오는 ‘스펙’이라는 용어는 IT 분야에서 하드웨어의 제원이나 사양을 뜻하는 ‘Specification’을 편의적으로 줄인 말이다. 알다시피 IT에서 하드웨어의 사양은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며, 이런 기본 바탕을 가지고 적절한 기획과 설계, 프로그래밍과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쳐서 제대로 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온다.
*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이폰 논쟁을 볼 때마다 취업 스펙 논란이 떠오른다.
두가지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이폰에 열광하는 반면 옴니아2에는 시큰둥하다. 누군가 그래도 제품의 스펙은 옴니아2가 더 낫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쨌든 압도적으로 다수의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선택하잖아. 취업도 똑같다. 객관적 스펙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박사학위 소지자가 떨어지고 소위 말하는 지잡대 출신 학사가 선택되기도 하는 곳이 바로 취업전선이다.
스펙보다 자신만의 주특기를 발굴하고 또 부각하라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취업예비생들이 특별한 전략 없이 그저 남들 하는대로 비슷비슷한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율을 높이려면 한가지 공만 노려서 쳐야 한다. 요즘 투수들의 공이 워낙 빠르고 구종도 다양하기 때문에 투수가 공을 던진 다음에 대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산의 김현수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공이 들어와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타자도 있다. 하지만 그런 타자는 대한민국 통털어서 몇명 되지 않는다.
결정하는 것처럼 어떤 업종의 회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미리 결정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취업에는 박지성같은 스타일이 유리하다. 사실 박지성의 체격은 공격수치고는 좀 왜소한 편이고, 주력도 그렇게 빠르지 않으며, 킥의 정확성이나 골 결정력도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력멤버로 몇년째 뛰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동양인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박지성이 그 치열하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수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확실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팀의 수비진용을 순식간에 흩어놓을 수 있는 영리한 움직임과 상대팀 기습공격의 템포를 빼앗는 공격 저지, 그리고 재빠른 수비가담 능력.
호나우두같은 능력이 없다면 박지성처럼 부지런하고 독특해져라
그의 장점은 약팀이나 실력이 엇비슷한 팀과의 경기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는 다른 측면공격수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그만의 주특기가 빛을 발한다. 강팀끼리 겨룰 때 승패는 작은 차이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호나우두만큼 빛나고 화려한 존재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주무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지성은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뛴다.
* 박지성은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특장점을 끊임없이 강화해서 세계일류 선수로 성공했다.
당신에게 호나우두같이 엄청난 능력이 없다면 박지성처럼 되어라. 남들과 비슷한 스펙 쌓느라 쏟아붓는 시간과 비용을 자신만의 주특기를 찾고 만드는 데 주력해라.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최종기준은 스펙같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개인의 고유한 능력과 적성,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같은 절대평가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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